벼베기+ 낚시 

                                                    2008.10.20 14:59  http://cafe.naver.com/moefishing/1303

가을은 추수의 계절!

추수도 하고 낚시도 하고나니 뭄은 무거워도 정신은 맑고 맑음

1. 유비무환

추수철이 되어 주말에 시골에서 벼베기를 한다기에 시간대별로 계획을 세워본다.

시간이 넉넉하면 추워지기 전에 편안하게 예당지에서 좌대를 타고 넉넉한 가을달을 찌불과 번갈아가면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벼베기, 깨털기, 콩걷기 등 체크결과 시간이 녹녹치 않다.

그래도 낚싯짐을 최대한 줄여서 간단한 채비를 트렁크에 싣는다.

유비무환!!

2. 천고마비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접어드니 논과 밭에서 농부들의 땀의 결실이 누런 들판으로 드러낸다.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눈이 녹으면서부터 농사준비를 시작하여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면서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어루만져주는 농군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그래도 농토는 농부의 노력을 헛되이 여기지 않고 열심히 자라 풍요로운 농촌풍경을 연출해 주고 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3. 고진감래

시골집에 도착해보니 밭과 들에서 추수를 기다리는 농작물이 넉넉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음이 찡하다.

연세드신 분들이 굽은 허리를 더 굽혀가며 모종을 하고 풀을 뽑아 키운 결실인 것이다.

고진감래

4. 천우신조

토요일 아침 일찍 벼를 베어야 낚시를 갈 수 있는데, 다른 집부터 일을 시작한단다. 그래서 깨털기 등 다른 일을 하여 앞으로 다가올 자유시간을 늘리기에 바빴다.

그런데 다른집 일도 안개가 많이 끼어 점심때나 되어서 시작하여 우리집 논에 콤바인이 들어온 것은 오후인 것이다.

요즘 벼베기는 기계가 모든 일을 해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조역할만 하면 된다. 농사일이 익숙치않기에 기계보조도 녹녹치 않다. 그래도 낚시를 해야 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몸을 놀린다. 그 결과 오후에 시작된 추수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밤까지 일을 하여 대충 마무리되어 일요일은 낚시를 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았다.

천우신조!!

5. 임전무퇴

일요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 방아도 찧고 마당도 쓸고나니 밥을 먹으라고 하신다.

잽싸게 밥을 먹고 전에 쏘가리 같이 잡았던 매제네로 가니, 두엄무더기에서 지렁이를 잡아놓고 기다린다.

낚시대를 드리울 곳을 물으니 작은 수로인데 씨알이 좋은 곳이란다.

설래이는 마음을 안고 수로에 도착해보니 그럴싸한 자리는 한사람밖에 못앉을 공간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내가 다른 자리를 찾기로 하고 둘러보니 수심이 낮고 물이 맑아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씨알 굵은 붕어가 떼로 몰려다니는데 대를 펼 수 있는 마땅한 자리가 없어 고심을 하다 간신히 찌를 세울 자리를 정했다.

지렁이를 매달아 대를 던지니 곧바로 입질이 온다. 입질이 아니라 그냥 물어제친다. 챔질을 하니 묵직하니 씨알이 준수하다. 어제 몸달아 일을 마친 모람이 있는 상황.

이렇게 신나게 댓 수를 하고나니 입질이 뜸해진다. 자리를 옮기며 몇 수 더해 10여 수 하고 나니 점심때가 가까워졌다. 짧은 시간에 묵직한 토종붕어로 손맛을 보았으니 여한이 없어 낚시는 접고 수로 위 아래를 살펴 다음번 낚시할만한 곳을 찾아본 후 철수를 했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만나는 붕어는 낚시꾼들에게 큰 기쁨을 주는 것 같다.

이렇게 벼베기를 하러가서 짬을 내어 낚시를 즐겁게 하고나니 귀경길이 흥겨웠다.

** 두서없는 글을 읽느라고 지루하셨을 텐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