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어트의  낚시여행 - { (  가을 붕어낚시 ) - 편 }

(  가을 붕어 낚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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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구절초 분홍빛으로 가을이 꽤나 깊어져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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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촌부의 살아가는 가을 풍경화 속으로 낙엽이 눈이 되어 내린다. 물소리를 덮고 바람소릴 덮고  내 마음까지 덮어  발자욱은 기다리는 쪽으로만

향하다 지워지고 제행무상, 인생무상, 어제도 지워져 버리고 오늘 또한 지워져 버리고 가슴 가득 하얗게 쌓인 눈위에 낙엽 눈이 쌓인다

가을은 왠지 사람들을 허전하고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다.  젊은 시절엔 그조차 낭만인 줄 알았지만 이젠,  그저 퇴색한 가을빛 자체의

허전함만이 가슴을 시리게 하는 듯하다

  그 아름답고 처연한 가을도 이제 그 끝이 보인다.  가을의 빛깔은 마지막이 가까워 질수록 더욱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멋진 가을이 있는 낚시터를 찾으려고 마음 먹었지만 그조차 쉽지가 않은 현실...

주말 아침 주차된 자동차에 잘 치장된 낙엽을 보고 마음 먹었다. 이번 주말에는 열일을 제껴놓고라도

낚시를 가야겠다고... 

 결국 그렇게 나의 가을 낚시여행 중 또 하나의 추억만들기가 시작되었다

1 년 중  빨강, 노랑 초록색의 빛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계절인 가을...

지난해 가을 청풍호의 늦기을 정취가 마음에 깊게 각인되어 있던 터라 충북 제천의 청풍호를 목적지로 정하고 여행에 올랐다

 사실 댐낚시는  밤에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상 좌대로 이동하는 배를 탈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을 확보한 채로 천천히 가을 구경을 하면서

목적지로 향했다

예전 어린 시절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이라 감이 다 익기도 전에  떫은 맛을 감수하고도 좋아라 하며 먹었던 떨감

이제는 품삯이 안나온다고 수확을 포기한 곳이 많아  길가다 떨어진 감을 하나 둘 줏어 먹기도 하면서 여유를 부리는 맛도 여행의 재미 증 하나 

 여름날 곤드래나물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으나 고드래꽃이 이렇게 아름다운것을 알게 해주는것도 이가을 이다.

 도리개를 쉄쉄이 흔들며 깨 타작하는 농부의 모습도 이가을의 정겹운 모습이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이런 가을날에는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막무가내로 올라간다.
오솔길을 지나고 비탈길을 지나 상상봉에 다다르면,  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이 뭉클뭉클 솟아 오른다.

단풍든 굽은 능선 위로  생각의 실마리들이 날아다닌다.  무엇이였더라,, 무엇이었을까? 라고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의  바람소리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生을 깨닫는 것,  생각하면 할수록  生은 오리무중이니, 생각이 깊을수록 생은 첩첩산중이니, 생각대로 쉬운 일은 세상에는 없어
생각을 버려야 살 것 같은 날은  마음이 종일 벼랑으로 몰리기도 한다.

사실 주중에는 북한강변의 오토갬핑장을 찾아서 모닥불 피워도 조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도 없지는 않았지만...

지난 늦가을 우연하게 찾앗던 청풍호의 아름다운 풍광에 깊이 각인된 마음은  청풍호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물안개 자욱한 청풍호의 늦가을...

 청풍권의 실리곡 낚시터 전경이다,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년 중 최고 조황을 보여주는 특이한 장소다.

지난 가을도 같아 출조하였는 베스트님도 함께 하였다.찌부린 얼굴을 보니 기억 저편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는것 같았다.

도시의 가을도 깊어졌으니 그곳도 그러하리라 하는 생각...

계절이 옷을 갈아입을 때 상념의 색깔도 갈아치우고 우두커니 서 있을 그리움  한 조각을 찾아 가는 가을 낚시여행

요즘 청풍호(충주호)는 만수위라고 한다.  초가을 태풍 몇 개가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 한다

현지 지인이 보내온 사진 한 장은 비교적 먼거리인 실리곡을 찾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중부고속도로 - 제2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를 경유하는 다소 먼거리의 낚시 여정이지만 주변 경관을 보면서 지루함을 달랜다.

지난해에 이곳을 향해 달릴때는 온산에 눈이 내려 있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제몸을 감싸여 웅크러드는 마른 낙엽이 가을이 깊어졌음을 느끼게 하였다.

청풍대교가 보인다, 2시간 남짓 소요되었지만 목적지가 가까워짐을 알 수 있음이 반갑다.

청풍대교를 건너 실리곡 방향으로 구부러진 차선을 따라  달려본다.

 드디어 목적지인 청풍호 골짜기의 실리곡 낚시터가 눈에 들어온다.

 만수위로 상류에도 물이 가득하고 논하고 밭자리가 잠겨 멋진 포인트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곳 단풍의 절정은 11월 초라고 한다.

우리가 예약한 최상류 골자리 포인트의 좌대 주변은 전부 논이었던 곳이다.

동절기가 가까워져서인지 평소보다 짐이 많은 편.

좌대로 향하는 도중곱게 물든 앞산에 단풍이 우리 일행을 반겨주는 듯하다 .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산국 군락,  국화 향에 정신이 아득할 정도다.

영농한 붉은 빛이 돋보이는 주인 없는 산수유 열매

좌대로 입성하기전에 우리는 실리곡의 가을 분위기에 취해버렸다.무척이나 훌륭합니다.

지난해 이때쯤 하룻밤에 10여 수의 씨알 좋은 붕어를 낚았던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그냥 기대가 되는 분위깁니다.

중류에 배치되어 있는 좌대의 평균 수심은 4미터 내외라고 하니 좀 깊은 편입니다.

최상류에 배치된 우리 좌대에 올라 주변 상황을 보는 일행들...  오후 인데도 일교차 때문인지 물안개가 생기네요.

 베스트님, 황박님, 거죽님 세 명이 오늘의 선수입니다

 방금이라도 올려 줄 듯한 찌 톱의 모습

 단풍든 산과 만수의 가을 호수가 만드는 멋진 하모니와 그 속에 갇혀있는 좌대가 한없이 평화롭게 보입니다.

해가 짧아 5시가 조금 지났음에도 석양이 지기 시작합니다

서산 중턱에 한쪽 어께를 걸치는  그 잘난 태양도 지금은 검버섯의 침울에 빠져 있다.  어두워지는 만큼  가슴의 반쪽은 더욱 비어만 가고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그저 외로워지고 있다는 강박,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적당한 슬픔...  서픈 값어치도 안되는 알량한 자존으로  다가 오지도,

다가 가지도 못한  허무, 그로 인해 가을 하늘은 더욱 어둡게만 보인다. 

 본격적인 늦가을 밤낚시가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10월 하순이지만 이곳은 초겨울 수준,  방한 장비는 필수

 낚시 시작한지 30분도 채 안된 시간에 황박님이 입질을 받았습니다

 9치 정도의 토종 붕어입니다

베스트님은 월척급 불르길을 낚아냅니다.

 늦가을밤이 주는 여유

 지렁이 미끼에 씨알이 살벌한 불루길이 낚이는 통에 황박님을 제외하고는 지렁이를 사용하지 않고 낚시를 합니다.

지렁이 미끼로 동자개를 연속해서 낚아내고 있는 상황

그러나, 간간이 찾아 오는 입질에 붕어도 낚고

마자도 낚아내는 황박님이 오늘의 메인 

물안개에 낚시에 방해가 약간 있기도 하지만 분위기는 아주 그만

상황을 분석해 보면,  수삼이 낮은 곳일수록 입질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동자개만 여러수를 낚은 황박님

허리급은 아니지만 마릿수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입니다.

기온이 제법 내려간 상황이라 간단한 요기로 허기와 취위를 다랩니다.

 마트에서 완성된 호떡인 줄 알고 사왔다 밀가루인 채로 들어 있는 봉투를 개붕후 황당해하며 황박님이 반죽을 하여 구운 호떡, 생각외로

맛이 그럴 듯했다

 정겨운 조우와 만추의 호숫가에서 보내는 시간은 왜그리도 빨리 가버리는지... 밤이 깊었는가 생각했는데

벌써 물안개 자욱한 새벽이 찾아온다.

 우리 일행과 좀 떨어진 곳에서 낚시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인데 정말 그림이 좋다.  조황도 좋으면 동가홍상인데

경험상으로 보면 그게 늘 일치 되지는 않는다.

만수로 수면적이 넓어져 10여개의 좌대는 아주 머리 떨어져 있어  조황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수몰나무와 갈대가 물에 잠겨 새벽 물안개와 어울어지는 모습은 환상 그 자체다.

단풍 곱게 물든 산과 물안개가 만나는 장면도 장관이다.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독조 조사의 좌대 모습이 한폭의 수채화 같다

우리가 자리한 좌대 앞의 멋진 포인트,  대물들의 커다란 라이징이 새벽 적막을 뚫고 우리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나를 부르는 그 뉘가 있어 나 예까지 왔다네, 능선을 타고 구릉으로 푸른 물 굽이 돌아 수몰나무 틈서리마다 자지러지는 그를 만나러 왔다네

아슬한 벼랑 옆구리 휘감기는 발길 따라 가을 청풍은 쫓아와 깊어져라 깊어져라 소리를 쳐대네, 여기가 바로 이승과 저승 사에에 놓인

안개 자욱 꿈길 속의 피안의 세계인가 ?

단풍나무 숲 가운데 뒤틀린 솔가지 사이로 부는 소슬한 갈바람, 허름한 마음 한자락 걸어놓고 호수 저편을 그윽히 바라본다

새벽 물안개 피어오르는  강심에  태공 나그네는 무심을 드리웠지만,  흐르는 세월과 난풍진 가을산을 낚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안견님의 "몽유도원도"가 생각 나는 풍경

이런 멋진 분위기라면 붕어를 잡지 못했어도 별로 손해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새벽에도 입질이 곧 잘 들어옵니다.

씨알은 준척급 정도지만 기온이 좀 더 내려가면 씨알이 커진다는 실리곡 

수심 2미터 내외의 상류 밭 골에 포인트를 선정하여 모처럼 메인 조사가 된 "황박"님의 멋진 포즈

월척급입니다

 베스트님도 한 수 걸었습니다

밤새 불루길과 신경전을 벌였는데 새벽이 와서야 빛을 보는 것 같습니다.

역시 월척급, 베스트님 자리는 수심 3미터, 미끼는 어분 글루텐입니다

보이는 좌대처럼 텐트 치고 본격적인 낚시는 하지 못하였지만 그런대로 청풍호에서  보낸 하루는 괜찮았던 게 아닌가 합니다

준척급 붕어 10 여마리 

몰입한 낚시를 하였다면 조과는 조금 다른 결과로 나왔을지도...

만약 붕어가 아닌 강고기만을 잡을 생각이었다면 심심치 않은 나시가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늦가을 추위와 가을밤이 주는 적막과 외로움을 견뎌내며 건져올린 것은 겨우 붕어 두 세마리지만,  붕어와 함께 낚아올린 가을밤의 멋진 분위기는

대박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곱게 물든 단풍든 산과 호숫가에서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싶지만 그 조차 허용될 수 없는 현실에 마음이

울적해집니다.

자주 접하는 청풍호(충주호) 지만 요즘처럼 만수위와 멋진 풍광을 보여주는 것을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요즘의 청풍호는

가을 풍경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이곳을 한 번 더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룻밤의 멋진 추억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