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가을의 중간쯤에 서 있습니다.
조행기를 쓰는 오늘이 한로(寒露)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의 절기다.

한로 즈음은
찬이슬이 맺힐 시기여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인 때이다.
한편 여름철의 꽃보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이다.

공기가 차츰 선선해짐에 따라
이슬(한로)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찾아간 곳이 서천 어느 바닷가에 위치한 둠벙이다.

줄 풀이 사방에 서있고 물색은 적당한 황토색도 있고
말풀도 조금 있는 것이 어자원이 제법 있을 듯한 분위기다.

소나무 옆 포인트 노래를 부르더니
큰 탕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탕에 혼자 독식 하실 듯
대를 펴신 아스카님

길가 쪽 조금 더 편한 곳에 자리하신 인자무적님까지
세 사람이 멋진 둠벙을 점령하기로 했습니다.
이곳 둠벙은 서천군 서면에 있는 작은 둠벙입니다

둠벙과 바닷가 사이에는 예전에 없던 팬션이 줄지어 들어 서 있습니다.

누군가 열심히 작업 했던 흔적하며
아직은 덜 삭아 내린 마름, 그리고 풍문으로만 들리는 38, 37 등등의 조황까지

낚시꾼을 흥분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조건들 입니다.

바람을 등지고 왜 혼자서 낚시를 하나 했는데
후문을 들은 즉 작은 둠벙에서 큰 고기의 라이징을 본적 있다는
낚시 동료의 귀띔 때문이었다니 웃음만 나옵니다.

들릴 듯 말 듯한 파도소리
해안가 송림을 흔들며 넘어온 소금기 벤 바람까지

푸르름을 노랑으로 바꿔가며 가을을 말하는 불들 숲에서
가을 붕어를 노리는 것 자체가 호사가 아니던가.

아무래도 셋이서 함께 하다보면 인자무적님의 부지런함이
먹는 즐거움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풍족하지 않아도 부족함이 없는 즐거운 식사
가을 만찬을 낚시터에서 즐긴다.

먹고 난 후에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졸음을
굳이 쫓으려 하지 않고 기꺼이 달갑게 받아들인다
(이유야 밤낚시 때문이지만 삶에 대해 쿨 한척 해보는 거다)

VIP 대물 좌대에 낚시의자 대신 자충식 매트를 깔고
큰 대자로 누워 잠을 잔다.

불어온 바람에 찬기가 느껴져 점퍼를 찾아 덮어야
낮잠을 잘 정도가 된 듯 하다.

해가 짧아져 5시면 저녁을 먹어야 한다.
조행기에 물고기는 없고 먹는 사진이 많다는데

살면서 중요 한 게 먹는것, 자는 것, 쉬는것,일하는 것 아니겠는가

서천의 어느 바닷가에 해가 저물고 있다

새우를 한 마리 한 마리씩 정성들여 달고

케미 또한 꺾어 다는 열정을 보인다.

세상을 열정만으로 살수 없다는 것을 느낄 때의 그 허무함

생각(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노는 괴리까지

온전한 행복을 줄 수 있는 삶의 요소는 요원하다.

하지만

우리는 늘 열정적이고 이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가지 않던가?

큰 붕어를 만나기 위한 일념으로

주말이면 물가로 나서지만 때로는 온도가 때로는 바람이

붕어 만나는 것을 방해 받기도 하지만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또 물가를 찾지 않던가!

낮에도 한참을 잤는데

밤에도 입질이 없어 잠을 잔다.

허 허 잠자러 이곳에 온 것은 아닌데.....,

날이 다시 밝아졌습니다.
밤이 가져다준 실망에도 지지 않고
혹여 아침에 찾아 올 입질을 기대하며
또 다시 낚싯대를 던져 봅니다.

우리 세 사람이 잡은 결과물은
두껍지 않고 체고도 낮으며 길쭉한 것 만 2마리입니다
한 마리는 계측자보다 길고
또 다른 한 마리는 계측자보다 약간 작습니다.
장어 ! 아닙니다. 이곳 토양이 좋은 모양입니다
드렁허리 (웅어 라고도 불리움)입니다.

이 결과물만 내놓고 조행기를 마칩니다,
꼭 붕어를 내놓을 그날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