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들려오는 소리만으로도
가슴 뛰고 떠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금요일 오후 삼성지에 먼저 도착하신 아스카님으로 부터
한통의 전화기 걸려온다.

햇살 좋고 바람 좋은데 같이 낚시하자 십니다.

욕심껏 12대씩이나 편 아스카님은 큰 나무 아래 좋은 자리를 차지하시고

내 자리라 찜해 두셨던 자리는 먼저 오신 조사님이 차지 하셨고

늦게 도착한 나는 먼저오신 조사님께 양해를 구해
겹치는 부분의 낚싯대를 짧은 대로 바꾸어 던지면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아니라고 말하지만 천천히 배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가급적 긴대를 펴 뗏장을 넘겨 새우를 탐하는 붕어를 노려볼 예정이다.

여인네 눈썹처럼 길어진 것 인지 아닌지 모를 만큼 길어진 햇살을
충분히 즐기고 밤을 맞이했다.

20시30분 조금 거리를 두고 앉아계신 아스카님께서
전화로 소곤소곤 속삭이신다.

"한수 했는데 월척은 충분히 되는 것 같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빨리 계측자 들고 갔을 것을 바람도 불고
낚싯대도 흔들거려 귀차니즘이 생겨나 움직이지 않았다

어젯밤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었던지
들판을 뒤져 큰 돌을 주어다.
받침대 위를 꾸욱 눌러 놓았다.

밤새 바람에 시달리기만 했을 뿐 입질한번 못 보았지만
아스카님 자리에는 살림망이 자랑처럼 걸려 있다.
더 줄어들기 전에 계측자를 들고 아스카님께 간다.

월척이 넘는 다 더니 하룻밤 지내면서
배수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 공식 기록은 29.8cm이다.

손으로 등지느러미를 잡아당겨도 보지만 ㅠㅠ

어젯밤에 계측 해 줄걸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은  "많이 줄었네요."(=빨리못재서 미안해요) 뿐이다

토요일의 해가 자꾸 높아 가는데
잠시 회사일 좀 보고 오겠노라 하고 삼성지를 떠났다.

회사일마치고 다시 돌아간 삼성지

토요일 오후가 되다보니
삼성지에는 많은 조사님들께서 자리 하셨다.
대물 낚시인, 떡밥 낚시인 뒤섞여 요란하다.

물론 아스카님 쪽에도 자리가 없는데 한분이 더 자리 하셨다.

많아진 사람만큼 입질이 일어야 하지만
10명이 넘는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물고기 낚아내는 사람 없는
바람 심하게 부는 주말 밤을 보냈습니다.

어젯밤과 달리 기온까지 떨어져 방한복으로 무장한 아스카님을 봅니다.

알면서도 인사차 물어봅니다.
입질 좀 보셨어요!

대답이라고는 헛웃음뿐이다.

바람이 빙빙 돌아가며 불어 내리던 삼성지에
일요일의 해가 올라옵니다.

이틀을 보낸 삼성지인데
붕어는 만나지못햇습니다.

새로운 희망을 가진 낚시인이 낚싯대를 펴고
계속되던 배수도 멈춥니다.

배수가 멈추는 것을 보고 더 버텨 보고 싶지만
일안하고 낚시만 할 수 없지 않습니까!

하룻밤 보낸 탓에 월척을 9치급으로 기록해야 하는 아스카님

즐거움을 선사한 붕어를 살려주고
그동안 채집해둔 새우와 납자루를 먹이로 함께 넣어 줍니다.

아마도 최소한 1cm만이라도 더 자라서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붕어를 돌려보냅니다.

일요일이라 한 가족이 캠핑낚시를 왔습니다.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갰습니다.

돌로 받침틀 발을 누르고 받침대 위에 돌로 누르고 보낸
바람과 배수만 기억될 삼성지의 주말 낚시풍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