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초 삼진 아웃을 당하고 난후 딜레마에 빠진 게 아니라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휴가 납품 등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낚시를 떠나지 못하였다.

금요일 아랫녘 납품이 있는데다,
연휴가 시작 되는 날이라 겸사겸사
가깝고도 멀었던 섬 임자도로 가기위해 타이어에 불이 붙을 만큼 빠르게 내려갑니다.

예전에는 목포에서 여섯 시간이나 걸리는 뱃길 때문에 왕래가 어려웠으나,
무안 해제～신안 지도간 연륙교가 세워지고 지도읍 점암 선척장과 임자도를 잇는 철부선이 운항하면서
승용차로 당일로도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코스가 되었다.

그렇게 임자도 의 작은둠벙에 반딧불이 같은
케미라이트를 하나둘 밝혀두기 시작 했다.

이슬이의 기운이 점차 사라지며 추위를 느낄 새벽2시경
메주콩을 달아 놓은 낚시대가 들썩 거린다.
급기야 두둥실 떠오른다.

심장은 여섯 근(두 근반+세근 반) 입은 바싹바싹 마르고
호흡을 멈추고 하나, 둘, 셋  이어진 챔질 묵직하다
단 몇 mm가 줄어 월척이 안 될까 염려되어 바로 계측자에 눕힌다.

영감죽고 처음이라더니 지난 4월 익산 소류지에서 월척을 만 난후 처음 만나는 월척이다.
31.8cm의 당당한 섬 붕어의 자태다.

콩과 옥수수 새우를 끼워 유혹 해 보았지만 날이 밝도록 찌올림을 보지 못했다
혹여 유료터 좌대 낚시 간 것으로 오해 할수 있으나
개발 테스트중인 VIP좌대의 앞부분이다

새벽녘 쉴 새 없이 불어오던 섬 바람에
아스카님께서는 낚시대를 지키기 위해 바위까지 동원 하였지만
입질은 못 받은 상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VIP 좌대입니다.
뒷짐 진 현지 영감님께서 오시더니 어차피 와서 낚시중인 것
이번은 모른 채 할 터이니 다음에는 이곳에서 낚시 하지 말라고 하신다.
이곳은 사유지라고

될 수 있는 한 얌전하게 “예 어르신” 하고 대답했다

바람에 시달리고  없는 입질 때문에 마음 상하였건만
의자까지 부러져 참 힘든 낚시를 하신 아스카님께서

붕어 한수 들고 오시는데 9치 붕어 입니다,
아깝습니다. 한 치가 부족 합니다.

아스카님의 자리입니다.
받침틀에는 바위를 얹고 질척이는 곳에서 밤새 고생하셨다는데
뭐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아스카님께서는 제자리에서 시험 중인 좌대가 정말 편안한지
또 낚시를 직접 할 때는 어떤지 시연해 보고 계십니다.
넓고 편안함에 대해서는 A+ 를 주십니다

낮에는 번갈아 가며 야전 침대에서 눈을 붙이고

또 다른 대어를 만나기 위해 포인트를 재선정 하고 재정비 하여

어제 보다 나은 대어를 만나기를 기대 하면서

임자도에서 2번째 밤을 맞이합니다.

새우를 물고 나온 가물이와 7치급 붕어 사냥에 다시 날은 밝아 왔습니다.

해가 동쪽에 돋아나면 소금뿌린 배추마냥 시들해져
모든 것 팽개치고 먹고, 자기 바쁩니다

임자면은 토질이 사양토로 자연산 들깨가 많이 생산된다 하여 임자도라 불렀다 하며
큰 바다에 면한 섬 서북쪽의 해안에는 멋진 모래언덕(사구) 해변이 12km나 펼쳐져 있고
국내 최장 해변이라고 알려진 ‘대광해수욕장’이 있습니다.

한낮에 잠만 잘뿐 해수욕장 근처에도 못 가 보았습니다.

잠에서 갠 오후에는 가까운 곳에 있는 또다른 둠벙에 다른 낚시인들이 찾아들었고
그곳에도 어젯밤 입질이 없었다고 합니다.

8일이 입추(立秋) 였으니 오늘쯤이 처서와의 중간쯤 되는 날이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이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예전의 부인들과 선비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이 무렵에 했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고 한다.
바야흐러 꾼들에게는 황금계절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곳은 남쪽임에도 밤바람이 차다

감기약 탓인지 입질이 없는 탓인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 몇 개와 물위에뜬 별빛 몇 개를 헤아리다보면

어느새 나는 잠에 빠져있고

내가 잠을 자기 위해 이곳에 왔는지 아니면 낚시를 하기 위해 왔는지

알 수 없을 만 큼 잠만 잤다.

한 발짝을 떼지도 않고 낚시대의 방향만 약간씩 바꿔 가며

3박4일 동안 줄기차게 앉아 있던 두사람에게
첫날의 손님보다 더 큰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조용히 낚시를 마무리 해야만 했습니다.

3박4일 동안 두 사람이 잡은 결과물 입니다.
이곳 둠벙에 사는 붕어들은 새우를 별로 탐하지 않나 봅니다.
31.8cm붕어도 떠날 때 쯤에는 겨우 월척 넘는 것 처럼 줄어 들었습니다

기대에 부풀었던 섬 낚시
첫날의 뜻하지 않은 횡재에 하루 그리고 하루를 더해 세 번의 밤을 맞이했던
추억 속에 한 장면으로 남을 그곳에 붕어들을 되돌려 보내고

내 생활의 터전인 도시를 향해 배에 오릅니다.

임자도 처녀들은 모래 서 말은 먹어야 시집간다던 말이 있을 정도로
모래바람이 불고 모레로 만들어진 섬

또 언제 이 땅에서 낚시를 하게 될지 몰라도
내 조행기록에 월척한수라는 별표를 그리게된 그섬을 떠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