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흐름은 차지해 두고서라도 늘 설레는것이 꾼의 마음

금요일 밤 퇴근길의 하늘이 심상치가 않다.
내일 출발인데 바람이 일고 손끝까지 차가워 지는것이.....,

토요일 우리는 집결 장소에 모여 차량 한대로 옮겨 타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린다.

서산에 들러 새우를 구하고 커피 한잔을 나눈 뒤
안내받은 방개 저수지로 갑니다.

집에서는 춥게 느껴지지만 사실 물가에 나서면
추위는 금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열정만 남는 것이 꾼의 일상 갈대꽃이 만발 하였습니다,

아마도 다음 방문에는 꽃씨는 날아가고 없지 않을까!

자리는 펼 수 있는 수심인지 수심체크에 들어갑니다.

착한엉아 님께서는 잘 작업된 자리를 먼저 찜해두고
부지런히 대를 펴고 계십니다.

저 또한 오늘 갯마을 작은 저수지에서 붕어를 만날 것을 기대하며
한대한대 정성껏 대를 펴 봅니다.
태양을 미워하며 왜 이리 덥냐고 투덜대던 때가 엊그젠데
구름 속에서 고개 내민 태양이 반갑기만 합니다.

오늘은 고우영님도 참가 하셨습니다.
찬바람이 나면서 하시는 일에 여유가 생기신 듯합니다.

바람이 심한 날에는 집을 튼튼하게 고정 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합니다.
가끔은 집이 낚싯대를 덮치는 일도 일어나니까요

멀리서 보는 고우영님의 포스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월척 만나시기를~

제방이 아닌 바람 덜 타는 삼밭 아래쪽으로
오늘밤 새우를 탐하는 붕어를 그려보며
전투준비 완료

약간 후미진 곳에도 붕어 지나갈 확률이 높을 듯하여
촘촘하게 낚싯대 편성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저녁식사와
추위를 잊게 해줄 이슬이를 함께 뱃속에 채워 넣습니다.
음식의 맛이야 시장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무래도 물가에서 먹는 맛이 단연 좋은 것 같습니다.

살림망부터 펴고 대를 펴는 준비성만큼은 철저한 착한엉아님

이곳저곳 두루 찾아다니시면서
낚시 와서 만큼은 잠 한숨도 안 주무시는 고우영님

그리고 저수지 제방 군데군데 자리한
이름 모를 조사님들과 함께 밤을 맞이합니다.

초저녁 입질은 없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저녁 8시가 못되어 바람이 잦아들었다는 것

하지만 입질은 없다.

세상을 멀리 바라보는 현자 들은

자꾸 버리라고 말한다.

물 먹은 솜처럼 무겁게 짓눌리는 탐욕과 빛바랜 추억들이

어둠 위를 날고 있다.

살면서 버려야 할 것만 남은 것은

지켜야 할 것을 정하지 못한 때문일까?

무수한 공상과 무수한 생의 대한 문답을 풀어내는 동안에도

찌는 꼬무락 거릴 뿐 올라 가려하지 않는다.

눈꺼풀이 무거워 온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취하지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해

오히려 많은 애착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버릴 것을 마땅히 버려야만 마음의 평안을 얻기 때문이다」

                               
                                                                         -월서 스님- 

감긴 눈이 떠질 때 아침 해가 동쪽하늘을 물들인다.
겨울에는 아침 입질도 있다고 했으니 기다려봐야지

모두들 밤사이 안녕하셨나 보다.
모닝커피 한잔을 나누고 저수지 산책

으그그 자동차 바퀴 자국으로 움푹 패인곳에 고인물이 얼었다.
서릿발이 아닌 얼음을 올해 처음 만난다.

이번 출조에 최대어는 8치급 붕어

5마리의 붕어가 우리들의 총 조과이다.
비록 꽝을 치더라도
조과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도전하는 것이
「웅비어인」의 기본 정신이 아니던가!

오늘의 붕어 귀가 도우미는 착란엉아 님께서 해주셨습니다.
귀가 도우미가 귀찮은 것 중 하나는
손이 시렵다는것 그리고 살림망을 말려야 한다는 것

집으로 돌아오는 길 촌가의 담장으로 사철나무가 열매가 보입니다.
겨울을 인정 하긴 싫지만
모든 것들이 계절이 겨울임을 말합니다.

남들처럼 얼음이 두껍게 얼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는 않을까
혹시 낚시를 못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겨울을 인정하기 싫은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루한 조행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