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기장을 한꺼번에 써야 했던
방학 끝물의 괴로움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설 연휴에 몰아서 낚시 다녀와 날짜 별로 사진을 분류 하고
2편을 써 올렸건만 아직도 하루치가 남아 있다.
낚시 자체는 좋은데 이거 숙제는 조금 귀찮다

2월5일 토요일 집에 있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날
오라는 곳 없어도 갈 곳 많은 우리네 낚시꾼들
올라간 수온에 적응 할 만한 날이라 생각하고
서산으로 달렸건만 AI에 구제역까지 가고 싶은 곳을 못 가게 합니다

그래도 마땅한 곳
중왕리 수로로 마구 달려갔습니다.

오늘은 혹시나 두 뼘에 가까운 붕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희망을 실타래처럼 풀어낸다.

이곳에도 어지간히 사람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얼음판위 어느 곳 한 군데도 상처 없는 곳이 없다.

천연두를 이겨낸 상처처럼
분화구의 형태를 띤 것부터 큰 함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흔적들이
다녀간 낚시인의 숫자를 가늠케 한다.

강원도 인제가 고향이신 고우영님도 합류하고

이번 연휴 줄기차게 함께한 착한엉아님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술을 안 마셔서) 동대표님

나이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늘 끓여야만 하는 두꺼비님

2011년에는 가위, 바위, 보 로  취사 당번을 정하기로 했는데
얼음낚시가 끝나야 시작 할련지
아직 까지는 두꺼비님 덕분에 라면 잘 먹고 있습니다.

종일 뿌옇던 하늘에 해가 잠깐 고개를 내밀지만
이내 들어가 버립니다.

밝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면 조황이 살아나려나 했는데
해 마저도 시큰둥합니다.

중왕리 수로는  큰 고기는 별로지만 꽝은 면하게 해준다는 것

멀리 일가족도 손 맛좀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사진 찍을 때는 조심스럽게 움직입니다.
지난주에 고장 난 카메라
조행기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못 찾아 왔는데 ㅠㅠ

모두 한곳을 바라보며 한 가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
비록 꽝을 치더라도
꿋꿋하고 활기차게 붕어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웅비어인(雄飛漁人)

그 웅비어인들의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나는 만족감(꽝조사로서의 동질감을 느끼기에)을 느낍니다.

조금 기온이 오르자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후 해를 많이 받는 연안이 녹기 시작 한 것입니다
멋모르고 그 방향으로 볼일 보러 가다
주변 분들의 만류가 아니었으면 또 빠질 뻔 했습니다

유난히 배가 빨리 고파오는 얼음판위의 새참시간
따뜻한 라면 몇 젓가락에 포만감을 느끼고 행복해지는 사람 나 "더더더"

심심 하지 않을 만큼의 찌올림과
작지만 기분 좋은 앙탈부리던 붕어들 입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붕어와 만나기를 바라는 모든 회원님들
아무리 춥다고 하지만 해빙기 입니다.
얼음판에 들어갈 때보다 나오실 때 주의 하시고

부득불 혼자 가셔야 한다면
빙판 탈출용 사다리라도 가지고 가세요.
1M의 사다리도 매우 유용하답니다.

설명절도 잘 보냈는데
올 한해 건강하시고 무고하시길 빌겠습니다.

건배구호 요!
  
"월척을 만나자"

늘 같은 사람들 같은 조행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