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순간은 바로 손바닥 같다.
한 달여 주변인의 죽음을 보았는데
조행기를 작성하는 지금은 일본에 죽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그런 일본인들에게도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몇 번의 상가댁 방문 출장 등으로 낚시한지 대략 한 달 만에
낚시 모임에 참가 할겸 아직은 이른 봄 햇살을 맞으며
금요일의 서해안 고속도로로 내려가고 있다.

안면도 진씨농장수로에 도착했다.
진씨농장 수로는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와 중장리 사이에 있는 이수로는
진씨농장 사이를 흐르고 있다고 해서
「진씨농장 수로」라 불리는데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봄부터 초겨울까지
안면도 최고의 씨알 터였지만
개인소유의 땅안에 있는 수로에 연중 꾼이 몰리다보니
결국 금기의 땅이 되었던 곳이다.

그런 진씨농장 수로가 올해 얼음낚시부터
낚시 할 수 있다는 소문을 쫓아
붕어가 숨어 있음직한 자리는(들어뽕자리) 건너뛰고

올곧게 풀스윙 할 수 있는 자리에
한대 두 대 펴다보니 욕심껏 12대를 폈네요.

가면 아니 오는 게 저승 길이요
오는 때를 알지 못해 미리 막을 수 없는게 미래임은 알지만
하필 내가 낚시온날에 일본에서
대지진이 났음을 뒤따라온 후배들에게 들었습니다.

경험상 지진이 있는 날에는 고기의 입질의 거의 없습니다.
이럴 때는 빨리 밥 먹고 편한 저녁을 보내야죠.

아무래도 사람들이 여럿 모이다보면
나이에 따른 서열이 정해지고
야전에서는 동생들이 고생을 합니다.
오늘 저녁도 막내 둘이서 준비하네요

안면도 진씨농장수로에 밤이 찾아 옵니다
평소에 미워했던 나라이기도 한데
오늘은 밤이 찾아들자
시련당한 그들이 보내야할 밤을 생각 하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반달을 지난달이 떠오른 밤하늘 군데군데 펼쳐진 케미불빛은
수면을 수놓고 있지만
지진 때문인지 아직은 수온이 차가운 탓인지
찌는 움직일 줄 모른다.

새벽 두시 새우를 단 4.2칸의 찌가 한마디 끌리는듯하더니
한마디 또 한마디 그것도 천천히 올라간다.

이 맛이야!
새우에 적어도 허리급은 넘겠지 하며 기다린다.
또 한마디가 솟아오른다.

동동거리고 있다는 느낌이들때 온힘을 다해 챔질
묵직하더니 힘없이 날아온다
뭐지 하는데 소리를 낸다.
빠각빠각 !
빠가사리 입질에 잠은 달아나 버리고 입질은 없다.

소주 한잔 더하고 아침을 맞이한다.

수로의 좁은 곳 혹은 넓은 곳에 저마다의 집을 짓고
지난 가을에 헤어졌던 낚시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유난히도 길었던 겨울을 보내고

물 낚시를 즐기고 싶었다.
아니다,
새우를 끼워두고 굵은 씨알의 붕어를 만나고 싶었다고 해야겠다.

그렇게 모인 우리는 낚시는 뒷전이고
술 한 잔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허공에 뿌리고
오랜만에 맛보는 자유로움에 사방에
코고는 소리만 들렸던 밤을 보냈던 것이다.

일격필살 고우영님께서 다음날 합류 하셨습니다.
첫 번째 대편성은 짧은 대 위주로 새우를 달아두고

뽕 대 하나들고 붕어 탐색에 나서셨습니다.
부들 틈새에 찌를 세우고
하나, 둘, 셋 하고 세아리면 찌가 불쑥 올라옵니다.

앝은곳도 수초가 끝나는 깊은 곳도
찌가 땅에 닿기가 무섭게 찌가 올라가는데

올라온 붕어는 모두 5~6치 감잎 사이즈 입니다.
어쩜 그리 한날한시에 나온 붕어들만 있는지
아무래도 느낌상 뚝막고 물푼후 고기좀 주워 담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뽕치기를 하러온게 아니라
새우로 허리 급을 유혹하러 왔기에
뽕 대 탐색은 그만두고 다시 찌를 노려보기 시작 합니다

겨울동안 쉬면서
자작으로 색다른 받침틀을 만들어 나온 친구도 있습니다.
낚시에 대한 열정은 그 끝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남들은 커피타임이다,
이슬이 타임이다, 모이기 바쁜데
고우영님 오후 4시경에
3.6칸대에서 9치급 붕어를 올리셨다고 합니다.

줄자의 눈금이 28cm를 가르키는 9치급 붕어가 올라 왔습니다
이번 진씨농장 수로에서 나온 단 한 마리의 붕어를
고우영님께서 낚으셨네요!
붕어와 친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붕어를 만나고자 하는 마음의 크기를 보세요!
16단 받침틀에 파란 새우 쿨러에 새우를 잔뜩 담아두고
이틀을 기다려 보지만 역시 붕어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이유가 있다는데
거의 10명이 꽝을 쳤는데 이유가 없겠습니까?
아마도 지진 때문에 철없는 작은 붕어 빼고는 입질이 없지 않았을까!
그런 핑계를 대며 철수 길에 오름니다.

이념이나 해온 짓은 얄미울지언정
모든 것을 잃고 고통 받는 바다건너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