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아스카님의 월척과
저의 월척 몇 수로 늘 눈에 선하던 소류지가 하나 있습니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 소재 작은 소류지 하나
그 누군가는 일주일의 장박을 하였으나
물색만 좋아 지고 있다는 첩보를 전송한 후 귀가하고

다시 같은 포인트의 자리를 이어 받은 또 다른 이가
4일 동안을 노렸으나 보여주지 않던 그 비밀스러운 모습의 붕어를 만나러

4월2일 금요일 오후 작은 저수지에 들어섰습니다.

바람과 햇살은 변했어도
그 모양 그 대로의 작고 아담한 저수지 입니다.
한 움큼의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시고 눈을 돌리는 순간

저 멀리 예전에 월척맛본 자리부근 모래 턱에 텐트가 보입니다.

누군데 내 자리에 앉아 있을까?

낚시꾼은 자기가 생각했던 아니면 손맛 좀 보았던 자리를

자신의 자리라 착각하는 알 수 없는 소유욕을 가진 동물 입니다.

뭐 그 자리에 깃발을 꽂아 둔 것도 아니고

그 자리를 돈 주고 산것도 아닌데 「내자리」?

나 또한 그런 착각을 수없이 해왔다는 것 입니다.

가까이 가본즉 3번째 연결된 월척 사냥꾼이 잠복 중 이었습니다.
그 사냥꾼은 밤 사냥을 위해 새우를 준비 하고 있더군요.

"저 죄송한데요" 라고 말을 붙이며 다가가서 보자
아는 모임의 동생 이었습니다.

그새 내 자리의 개념과 적대감을 지우고
웬일이냐며 내민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눕니다.

하는 수 없이 우안 중류에 자리를 잡아 하룻밤을 보낼 계획 입니다.

찌불이 밝아지는 어둠이 내리고

짙은 어둠속에서 밝아져 오는 일상의 상념들

예전에는 승승장구로 하는 일마다 순조로웠다면

요즘에는 일이 자꾸 꼬이기 만해 왜 그럴까?

준비와 계획이 부족했을까?

아니면 나도 머피의 법칙 적용받는 대상자가 되었나?

자신을 괴롭히는 질문에 대한 억측을 하지 말고

엉킨 실타래 풀듯 하나하나 차근차근히 생각하자

생각보다는 인생이 길지 않던가!

[하는 일마다 꼬이고 안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에 대한

어느 포털의 회원님들의 선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극복한다.] 였답니다.

회원 여러분 무엇이든지 긍정적으로 생각 하세요 

어둠속에서 상념과 씨름하는 동안 시간이 흘러 새벽 5시경

찌가 흔들거린다.

이제껏 생각했던 모든 것들은 하얗게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느끼며 찌를 주시하고 있다

느린 듯 한 찌솟음과 챔질

길이가 어중간 하다.

어중간한 길이에 대한 확신이 없는 나는
붕어를 들고 차 뒷문을 열고 계측자를 놓은 다음
붕어가 얼마나 큰지 키 재기를 한다.

31cm를 약간 상회하는 월척이다.

날이 밝아 왔으나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토요일이다.
하룻밤을 더 길목 지키기를 하기로 하고
우리는 휴식에 빠져든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달콤한 휴식인 잠속에서
또 다른 힘을 얻어 월척 만나기를 기대해야한다.

내 자리 뒤편으로 있는 과수목들에 물이 오르고
새싹을 피우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우리 또한 이 소류지에서 오늘밤 만날 붕어를 기대하면서
밤낚시 준비에 들어간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현지 분들이 제방쪽으로 낚시를 오셨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 한다

비오는 토요일 밤이지만 찌 불 잔치란 언제 봐도 기분 좋은 풍경이다
 
당장 비를 맞는데서 옷을 적실정도는 아니지만 아주 작은 방울의 비다
뭐 부슬부슬 내린다고 해야 하나
딱 귀신이야기 하기 좋은 그런 비

시계바늘들이 만나는 밤 열두시가 지나도 찌는 움직이지 않는다.
봄비는 낚시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더니 정말인가?

새벽2시 입질도 없고 연이은 날밤 까기에 눈꺼풀이 자꾸만 아래로 내려온다.
잠을 자면 안된다는 것을 누구 보다 잘 알지만
오는 잠을 이겨낼 수 없어 깊은 잠에 빠졌다.

아침 5시30분 눈을 떴다.
오른쪽 낚싯대 3대가 꼬여 있고
물속에 빠져있던 나무에 몽땅 걸어놓고 알수 없는 그님은 떠나가고 없다.
낚싯대 원줄 2대를 잘라냈다.
잠만 안 잤어도 ㅜㅜ

이곳의 봄 붕어는 새벽2시에서부터 새벽6시 사이에 움직이나보다

비는 아직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고
제방에 사람들이 늘어간다.
고속도로 밀리는 것도 감안해야 하니 이제 철수 하고 올라가야 한다.

자랑이지만 살림망에서 다시붕어를 꺼내어 계측판에 올려본다

조금 줄기는 했어도 겨우 31cm가 나온다.
이번 완주 소류지의 월척은 31cm로 기록

내가 이 소류지에 3번 방문에 2번 월척을 만났으니
내게는 의미가 큰 소류지다.
그렇게 의미를 부여해준 월척은 물속으로 돌려보냈다

비가 그친다.
나는 다시 다람쥐처럼 반복되는 순환 속에 쳇바퀴를 돌리기위해 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