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아무 연고도 없는 해남까지 붕어를 만나러

천릿길을 주말마다 헤매고 있을까?

그것은 아스카로 닉네임을 바꾼 춘추님 때문이다.

오늘 조행기 부터는 "아스카"님 으로 부른다.

5월 석탄일 연휴에 해남가서 월척 하시고

자랑 삼아 던진 전화 한 통화 때문에

벌써 3주차 주말 마다 해남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오늘은 조수석에 아스카님께서 함께 동승하고 있다

금요일 일찍 출발 했지만

해남 도착 시간은 오후 6시경이다.

현지에는 마늘이 자라고 수확을 앞둔 양파밭이 있습니다

아스카님은 지난주 내가 월척 했던 자리에 앉고

"고우영"님 낚시 하시던 포인트에는 미리 앉아 있는

낚시인이 있어 나는 웅덩이 한 복판에 자리를 틀고

광천에서 가져온 새우를 끼워 대충 대충 전을 펼쳐 봅니다.

첫날밤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와

갯내음인지 수초 삭는 냄새인지 모를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찌만 우두커니 바라봅니다.

운전의 피로 때문인지 입질이 없어 밀려오는 피로인지

나도 모르게 케미 불빛이 흐려지다 밝아지기를 반복 합니다.

아니다고 부정해 보지만

나는 졸고 있는 것입니다.

아스카님께서 숨넘어가게 불러서 가보니

꼴랑 붕어 한 마리로 격하 시켜 부르고 싶도록 얄밉게

34.2cm 월척 한수 하셨습니다.

계측자 만들어서 내 붕어는 못 찍어 보고

남이 잡아 놓은 붕어 자주 찍네요!

공식 기록 34.2cm 아스카님 축하드립니다.

토요일 아침장 까지 기다려 보지만

지난주와는 다르게 오전 입질이 없습니다.

지난주 조황이 소문이 났나! 여기 저기 사람도 많고

웅덩이 인근의 양파밭 주인이 잔뜩 화난 목소리로

빨리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으면 길을 막겠노라

엄포 놓는 소리도 들립니다,

아무래도 농사철에 낚시를 우선시 하다 보니

농사에 방해가 됐나 봅니다.

낚시는 농사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아스카님과 친분 있는 분이신데 하루 먼저와 낚시를 하였지만

고기는 없고 햇볕에 얼굴만 그을리면서

수면과 우울증에 좋은 비타민 D만을 체내에 축적 시키고 계십니다.

아스카님께서 월척 하신 포인트 입니다

자리를 양보한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즐거움은 나눠야 갰지요.

아침은 대충 라면에 공기밥으로 때우고

산책 하다 보니

시골집 담장위로 핀 덩굴장미의 붉은 색이 너무도 화사해 보입니다.

넝쿨장미가 필 때면 야릇한 동경이

새삼 떠오르지만 다 어릴 적 부질없는 외사랑 인 것을

아스카님께서 자리를 만들려고 풀베기 작업 중입니다.

뭐 포인트에 "더더더"라고 문패 달린 것은 아니지만

내 포인트에서 월척 잡지 않았느냐고 한소리 했더니

생자리 개척에 나선 것 입니다.

한대만 들고 가 수심을 재보고

낚시대를 펼 수 있는지 부터 탐색 중 입니다.

낚싯대 다 들고가 다시 옮기려면 힘이 드니까요

아스카님의 지인도 조금 더 구석자리로

갓 낚시 스타일로 갈대에 바짝 붙여 모심기 하듯

일렬로 쭉 세운다.

한낮의 해안가 태양은 유난히도 뜨겁고

그늘 이라고는 찌그러진 2M짜리 파라솔 그늘뿐

조금 이른 저녁도 먹을 겸

멋스런 남도 촌락을 구경도 할겸

시멘트로 포장된 꾸불꾸불한 마을길을 걷다

아스카님이 멈춰 선다,

꽃을 본 소녀처럼 검은 얼굴을 밝히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최대한 멋지게 찍어 달래더니 조행기 쓰면서보니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서 말이다.

누구나 자연의 진실 앞에서는 솔직해지고

자연에 동화 된다는 것을 새삼 또 확인해 본다.

어느새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24시간이 되어간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아이와 함께한 아빠

몇 명이서 정출 나온듯한 사람들

조용하던 웅덩이 촌에 시끌시끌 사람소리가 요란 하다

오늘의 주 모델이 되고 있는 아스카님은

물가에서 흔히 볼수 있는 한그루 나무처럼

우두커니 찌를 주시하고 있다

지금 째려 본 다고 올라갈 찌가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인데 ㅎㅎ

어떻게 이런 사진의 상황을 설명해야 하나!

태안의 모항 각지보다 훨씬 적은 웅덩이들이 계단식으로

여러게가 모여 있는 곳인데

한사람이 웅덩이를 하나씩 차지하고 자리 하였다고

설명 하는 게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름날 비온뒤 나팔꽃 피듯이

파라솔 꽃이 여기에 활짝 저기에 활짝

웅덩이 촌에 파라솔 꽃이 만발하였습니다.

가물치가 퍼덕이는 요란한 물 튀기는 소리와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갈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

점

.

점

.

점 나락으로 빠지려 합니다.

월척 하러 왔지만 월척은 더디 오고

잠은 빨리 찾아오는 까닭 입니다.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잠을 떨구고 하늘을 봅니다.

수많은 별들이 스스로 빛을 내며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별도 따다 준다고 아름다운 거짓말하던

젊은 시절이 떠올라 피식 웃습니다.

12시가 넘어 일요일이 된 시각

맨 구석으로 길게펴둔 3.8칸의 찌가 꼬물거립니다

두번 출조에 두번 월척 하는

연타석 홈런을 칠듯 합니다,

그런 예감 아시지요!

찌는 솟았고 챔질을 했는데 무게감이 덜 합니다

그래도 뼘으로 자를 삼아 8치급임을 확인 하고

살림망을 찾지만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잡은 고기 두 손으로 웅켜쥐고

아스카님께 갑니다,

올라 왔는데 8치라고 하니 웃기만 합니다.

일요일 아침 7시30분

날이 밝아 철수 준비를 합니다.

새벽에 웃기만 하던 아스카님 미소를 확인 합니다

자기만 또 월척을 건졌기 때문에

이번 출조에 잡은 월척이 두수라

자랑을 못하고 웃기만 하였던 겁니다.

일요일 새벽에 잡은 월척 입니다 공식기록 31.8cm

내가 잡은 8치급 붕어 입니다.

붕어가 처량해 보이기도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먼 곳 남녘에 와서 34.2cm짜리 새우 월척 했노라

기념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어설픈 느낌 입니다,

붕어와 기념사진 찍는 방법을 배워야 갰습니다.

어떻게 찍으면 좋은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꾼은 작은 웅덩이에서

새우로 꼬드겨 사진 찍고 살려 보내고

다음 주에 또가서 새우로 꼬드기고

붕어는 꾼들의 손과 발을 간질러 물가로 불러내어

새우맛보고 사진 찍고 다시 집으로 갑니다.

둘이서 잡은 고기래야

월척 두 마리에 8치급 하나지만 기념 촬영은 했으니

해남 문내면 웅덩이촌이라는 살림망에 다시 넣어 둡니다.

붕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시면

새우를 붕어에게 주시고 기념사진 부탁 하세요

※농번기입니다... 출조 시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연3주차 도전 하는 남도 출조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