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밤을 오돌오돌 떨면서 찌오름을 기다렸지만
붕어는 옥수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또 하루를 기다리기에는 조바심 때문에 더 앉아 있을 수가 없다.

9월25일 토요일 오전이다 오늘은 더 복잡해지겠지
그렇다 이동이다.
솜씨 좋은 자손들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는 묘소다.

그 묘소 옆에 세월의 흔적을 말하는 비가 서있다.
대흥지 소하16년(1941년경) 축조
대략 70년은 된 저수지이니 뭐 큰 붕어 없겠어요!

물 맑고 하늘 높으니 또 연안을 따라 유독 뗏장 수초가 많이 보이는 저수지
어제는 6~7치 붕어도 한 두수 했다니
우리 여기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합니다.

성이 金氏인것은 맞지만 이름이 삿갓도 아닌데
구름 따라 떠돌며 여기서 하룻밤 저기서 하룻밤

12대를 펴고도 욕심이 남아 두 대 더 폅니다.
그래 오늘은 여기서 14대의 낚싯대로 붕어를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무니만 대물꾼인 웅비어인 회원님의 자리입니다.

구석 자리에서 허리급 붕어를 자주만난 아스카님께서는
오늘도 구석진 자리에서 지나가는 붕어 발목을 잡을 예정이신가 본데
포인트 보다는 포인트 앞 풀밭이 더 욕심납니다.

먼 길 달려와 하룻밤 떨더니 따뜻한 햇살에 노곤해진
착한엉아님 낮잠 자려다 발자국 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그래도 붕어 뼘치급 붕어 두수 하셨답니다.

자꾸 높아가는 하늘은 가을로 향하지만
높아진 하늘 높이만큼 붕어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듯한
안타까움은 한숨 되어 폐를 통과하며 가벼운 소리를 만든다.

쓸 만한 포인트를 두고 엉뚱한 곳에 앉아 있지 않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 여기 저기 돌아봅니다.

이곳도 배스가 유입 된지 꽤 오래된 저수지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낮에 새우를 달아 줘봐도 조용 합니다.

무엇이 살고 있는지 확인 하려고
새우 채집망도 담그고 사온 새우도 살려야죠.

옆 사람을 방해 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 가며
서로 다른 꿈 (나만은 붕어를 만날 거야 너는 아니야)을 꾸어봅니다.

물을 손으로 만져 보면 따뜻 한 것 같은데 기온은 차고
거짓말 좀 보태 1.5M 까지는 지나가는 새우마져 보일 것처럼
물이 맑습니다, 오늘도 틀린 것일까요?

뗏장수초를 넘겨 치기도 하고 바짝 붙이기도 하면서
나름 붕어 가는 길에 먹잇감을 뿌리듯 낚싯대를 편성 했으니
아마도 어제 그제와는 다르리라는 기대로 밤을 맞이합니다.

어김없이 달은 솟아올랐고
조금 있으니 수면은 다시 아침이 찾아온 듯 밝아집니다.
연휴나 주말 아니면 낚시하기 힘든 직장인에게
보름달을 피하라고 하면 언제 낚시 하겠어요
무시 하고 하룻밤 버텨 보는 것이지요.

어쩜 그리 약속이나 한듯 3일 동안 찌가 꿈쩍도 안하는지
초저녁에 펴 놓은 그대로 그렇게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해야 변함없이 뜨고 지는 것
하지만 뜨고 짐에 날짜가 변하고
내일이면 출근해야 하는 관계로 이만 철수를 시작 합니다
붕어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설령 붕어 없어도 좋은 공기 좋은 풍경 구경 한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투혼을 불사르던 아스카님 입질 없이 3일을 버티기에는 힘드셨는지
아니면 상경 길에 졸지 않으려고 눈을 붙이고 계시는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솔밭 맑은 물 시원하게 청명한 공기까지도
예천낚시 여행에 추억으로 담아두고 경북붕어 만나기는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곱고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
천천히 라도 외래 어종을 퇴치하고
쓰레기 없는 낚시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낚시관리육성법"이라는 법이 낚시 할 수 있는 공간을
심하게 줄이게 될 텐데 쓰레기를 너무 많이 버리고 다녀
지저분하다고 온 나라의 저수지가
낚시금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 입니다.

붕어 없는 조행기 일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