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발걸음이 다른 계절에 비해 빠른가! 봅니다.
추석이 엊그제 인 듯 하더니 몇 가지 바쁜 일처리를 하고 나니
벌써 10월 하순이 되었습니다.

모처럼 나온 낚시 처음부터 울타리가 보이고 심상치가 않습니다.
보령의 영보지 입니다.
쓰레기와 소음 마을사람들과의 다툼 때문에
2008년4월10일부터 저수지에 울타리가 쳐지면서 낚시금지가 된곳 입니다

땟장수초,말풀,수세미풀등이 많은 대물터로 소문난 곳 이라하여
오늘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갈까 합니다.

추석연휴 예천 낚시후 오랜만에 함께 하시는  아스카님

작업 없이 뗏장 넘겨 이리저리 덧을 놓고 기다리는 제자리

오늘만은 붕어를 만나고 싶다고

착한 엉아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전역에 뗏장 수초가 있어 좋기는 한데
돌밭으로된 영안이 경사까지 심하여 앉아 있기가 여간 불편 한게 아닙니다.

물색 좋지요 넘겨 치기만 하면 삼삼하게 찌가 솟아 줄 듯한
천혜의 대물터인데 곳곳에 쓰레기도 보이고
화가 난 동네분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더 높은 울타리가 생겨나지 않을까 염려 됩니다

초저녁부터 까만 밤까지 견뎌 보려는 꾼들의 얄팍한 심사 때문에
조금은 이른 식사를 합니다.
서둘러서 말입니다

가끔 봄 햇살과 가을 햇살의 빛의 색깔이 다르다고 생각 합니다.
뭐랄까 봄 햇살에는 노란 색이 섞여있고
가을 햇살에는 빨강색이 섞여 있습니다.
그냥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태클 달지 마세요.

바람 없는 가을 햇살을 마주 하고 있으면
이런 시도 떠올려 보죠.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 바람을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을 결실토록 명하시고
그것들에게 또한 따뜻한 이틀을 주시옵소서.

그것들을 완성으로 몰아가시어
강한 포도주에 마지막 감미를 넣으시옵소서.

지금 집 없는 자는 어떤 집도 짓지 않습니다.
지금 외로운 자는 오랫동안 외로이 머무를 것입니다

잠 못 이루어 독서하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잎이 지면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곳저곳 헤맬 것입니다.

낚시인은 낚+시인 인데 시를 읊조리면
간첩 보듯하는 눈총이 따갑습니다.
저 "릴케의 가을날" 中에서
포도주에 단맛을 더하게 해달라는 구절이 좋은  애주가  하 하 하 !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대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려 봅니다.

아뿔사!
이건 달빛에 바늘귀도 꿸수있을정도 입니다.
내가 대물이라도 이 밝은 달밤에 새우사냥 나서겠어요?

밤10시 한기가 찾아옵니다.
이럴 때는 이슬이 한잔하고 또 다시 찌를 응시해보지만
오늘은 아닌 듯합니다.

새벽1시 부끄러운 듯 조금씩 올라가는 찌불
이어지는 챔질에 7치 붕어가 내손에 들어옵니다.

아침이 저수지에 찾아오고

수확물들을 집합시켜 봅니다.
월척급 한수에 7치6치 그리고 똘마니들

맨날 붕어구경도 못하고 다녀서 계측자도 안들고 나왔는데
오늘은 간만에  횡재한 것 같습니다

착한엉아 님께서 붕어를 모두 저수지로 돌려보내고

구름길 일요일 저수지를 떠나옵니다.

조금은 삭아 내린 땟장수초에
앉아 있기 불편하기만 하던 경사진 자갈밭
밤새 몸부림치다 부서 저버린 낚시의자까지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에 담아둔 보령권 출조
낚시인 스스로 쓰레기도 잘 처리하고
농사일에 지장 없도록 서로 양보 하여
저 울타리가 빨리 철거 되었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소리 없는 가을의 눈물이라는 단풍이 곱습니다.
오늘부터 한파 주의보라고 하니 건강에 유념하시고
물가에서 행복한 회원님들 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