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의 모란꽃이 활짝 피었을 남녘에서
월척 소식과 함께 빨리 내려오라고
석가 탄신일이 낀 2010년 상반기 마지막 연휴 첫날 아침부터
전화통이 불이 납니다.

                                                                                                         <사진은 모란꽃과 혼동 하는 약간 향기 있는 작약 꽃>
남아있는 일을 뒤로 미룬 채
부랴부랴 떠났건만 고속도로는 주차장이 되어
움직일 줄을 모릅니다.

한 시간

두 시간

더 이상 이길로 김영랑의 모란을 보기위해
가던 길을 계속 갈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3시간이 되어 비봉에 다다르자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화성 백두낚시에 들러
새우와 약간의 소품을 챙겨들고  삼존리로 향합니다.

모두들 먼 곳으로 떠나가고 텅 빈 수로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서울에서 화성의 삼존리 수로까지 거의 4시간이 걸려
이 고요한 녹음을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은 새우 만 끼워두고 숨죽여 낚시를 해야 합니다.
내 심정 같아선 월척급 이라도 한번
쭈 ~욱 찌를 올려 주면 좋으련만
아직은 이른 탓인지 찌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룻밤 소리 없이 부들에 색칠하던
옅은 바람은 아침 해와 함께 사라지고
어느덧 여름의 문턱으로 나를 이끌지만
밤을 지새운 조과는 7치 한수

이 좁은 수로가 넓게만 느껴지는
내가 늘 여럿이 낚시를 다녀 버릇을 한 탓일까?
오랜만에 혼자 보낸 하룻밤이라
강하게 느끼는 외로움 인지도 모른다!

토요일 아침 10시 고우영님이
어디 마땅 한데가 없다면서
슬그머니 내가 낚시 하는 화성 삼존리로 낚시 오셨습니다.
늘 빈손으로 왔다가 대만 담그고 가는곳이라는것을 아시면서도
위로 차 오신 것 같습니다.

낯설지 않은 또 한대의 차가 도착 했습니다
무리쉬님 께서 친구 분들과 나들이 나오셨네요.

초보 장비 같지만 대를 펴는 것을 보니
낚시를 많이 해보신 듯합니다.

그 바로 옆으로 무리쉬님께서
일 낼듯 한 기세로 대를 펴고 계십니다.
먼 곳이던 가까운 곳이던 함께 해주시는
회원님들과 함께 오늘 밤을 보낼 것 같습니다

외롭고 고요했던 삼존리 수로에
활기가 차고 훨씬 더 많은 입질을 볼 수 있을것 같은
허상을 보게 됩니다.
어제는  한수 할 것 같은 기대가 있었다면
오늘은 잔을 돌려가며 한잔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자라납니다.

어둠이 찾아와 입질을 기다리는데
오라는 붕어는 안 오고
비가 내리기 시작 합니다.
비만 온다면 기다려 보련만 바람까지 불어와
야반 도주를 감행해야 합니다.

어제 잡아둔 붕어 한 마리에
오늘 잡아둔 붕어 한 마리
두 마리를 계측판에 올려두고 요즘 애들 말로
인증샷을 찍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조행기는 예정에 없던
계속해서 계획을 변경해 가면서 낚시를 하고
그에 이어진 야반도주 까지
이제껏 쓴 조행기 중 최악인것 같습니다.
이런 재미없는 조행기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