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판돈 최고 수억원대...방부제, 오염물질 등 환경오염도 심각

[아시아투데이=이정필 기자]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달하는 판돈이 오가는 불법 도박이 전국의 낚시터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이들 불법 낚시터는 그린벨트를 허가 없이 개조한 곳이 많아
수질오염 등 환경훼손도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낚시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2500여개 유료낚시터 중 허가를 받지 않은 곳은 1700여개에 달한다. 합법적인 낚시터보다 불법 낙시터가 두배나 많다.

이들 1700여개 불법 낚시터에서 유행하는 도박 방식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딱지' 또는 '꼬리표'라는 방식이다.

옷핀으로 물고기 등지느러미에 순위가 매겨진 표식을 달아놓고 이를 낚으면 해당하는 경품을 지급하는 방법이다.

경품으로는 현금, 상품권, 금반지, 가전제품 등을 지급한다.

또다른 도박 방식인 '몰아주기(몰빵)'는 낚시터
업주가 일정액의 입장료를 받아 통상 20%선의 수수료를 공제하고 80%를 정해진 순위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이다.
1게임당 2~3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하루에 수차례 진행할 수 있다.

'로또' 방식은 손님이 직접 세 개의 숫자를 뽑은 뒤 이에 가장 근사치 무게의 고기를 낚은 사람에게 상금을 몰아주는 게임이다.

예컨대 손님이 4, 7, 8 세 장의 카드를 뽑으면 478g에 가장 가까운 고기를 낚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해당 고기들이 그날 게임에서 낚이지 않을 경우
모두 다음날로 누적돼 상금이 점점 커지기 때문에 로또라고 불린다.

이들 불법 낚시터 도박 게임은 주로 금토일요일에 크게 벌어지고 있다.
주말에 당첨자가 없는 경우에는 다음날로 상금을 넘겨 평일 손님도 유혹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판돈은 '이벤트 당첨금' 명목으로 지급된다.
판돈은 대부분 낚시터에서 하루 수천만~수억원에 달한다는 전언이다.
판돈 규모만 해도 더 이상 놀이 수준이 아닌 엄연한 도박 행위인 셈이다.

업주들은 대놓고 선전까지 해가며 낚시인들을 도박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관인 수자원공사, 농림수산부, 지역자치단체 등은
인력부족 등의 이유를 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 그린벨트 훼손, 수질오염도 심각

한편 전국 1700여개 불법 낚시터 중 60%정도는 양어장으로 신고 후 낚시터로 개조한 곳이고,
40%정도는 양어장 신고조차 안한 곳이다.

낚시터 허가가 날 수 없는 그린벨트 내 불법 낚시터는 수도권 200여곳, 전국 500여곳에 이른다.

국·공유지에서 합법적으로 낚시터를 운영하려면 시설관리처와 5년마다 임대계약을 맺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공유지의 경우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저수지를, 수자원공사에서 충주소양 등 댐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수지와 소 등 규모가 작은 곳을 관리하며 1년에 2회 이상 수질검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사유지를 개조한 업주들은 산속 그린벨트 지역이나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저수지 등은
일체의 수질검사 없이 낚시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낚시터는 다량의 항생제를 사용하고 각종 오물, 떡밥 등이 쌓인 물을 하수로 방류해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다.

실제 이달 초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그린벨트 지역의 한 낚시터 수조 물을 분석한 결과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8.7ppm(식수용 1급수 1ppm 미만)으로 나와 오염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언제 단속에 걸려 원상복구 명령을 받을 지 모르기 때문에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사행성 도박을 부추긴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무허가, 무신고 낚시터들은 농지전용부담금도 내지 않고
절대농지와 그린벨트를 불법으로 개조, 훼손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 실내 낚시터에서 이벤트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상품으로 걸린 벽걸이TV, 김치냉장고, 드럼세탁기.

근사치 순위 결정을 위한 고기 무게 계량을 하고 있다.

낚은 고기에서 떼어낸 꼬리표들. 10만, 50만, 100만원짜리 딱지들이 수두룩하다.

물 속에 남아있는 고기의 금액 잔량 현황판.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무료입장권을 상품으로 지급했다가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치밀한 수법도 동원한다.

<이정필 기자 roman@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