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흘러가는 일상도 주후반으로 가면
내리막이라 그런지 속도를 내는것 같은데

금요일의 해가 서쪽 하늘을 물들이면
왠지 모를 그리움 같은 고질병이 돋아난다
집을 비울수 없는 행사가 있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도살장 가는 소걸음이나 다름 없으니
그 병의 깊이를 알것 같다.

그렇게 토요일이 되었습니다

집안 행사를 끝내고
처남 처제 대문 나서기 무섭게
한걸음에 내달린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쉬지도 않고 한달음에
광천까지

무었을해도 삼세판이라 했는데
첫도전에 바람에 항복하고 나니
혹여 바람이 아니었으면 붕어 얼굴 보려나 해서
새우 한상자 사들고
광천 어느 둠벙에 왔습니다.
빈공간에는 여러대의 차들이 서있고

앉을만한 공간에는 두대 세대씩
낚싯대가 펼쳐진것으로 보아
떡밥 낚시 하시는 조사님 자리 인듯 합니다

인천에서 오셨다는 백발의 노조사님은
7치 짜리 붕어 한수 해서
살림망에 담궈 두고 계시구요

저 건너편쪽으로도
현지 조사님 한분이 자리 하고 계십니다
날씨가 따뜻한 탓인지
지난번 방문때 보다는 많은 조사님들께서 자리하고 계셨습니다

가시달린 덩쿨중 새싹을 가장 빨리 만드는
찔레덩쿨에는 새순이 많이 자랐습니다

낚시도 시간이 흐를수록
스킬이 좋아지고
내공도 높아져 대만 담궈도
붕어를 만날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월과 낚시 햇수와의 함수관계는
자꾸 꼬여만 가니 오늘도 이곳에서
붕어를 기다려야 겠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첫번 공략때 앉았던 그자리에
나란히 대를 펴는 행운?
아님 불행 50%의 확률인데 뭐 어때요!

낚싯대를 바꾸었습니다
0.2칸 단위로 나온 보급형 대물낚시대 "무아 리미티드"로
대물낚시를 시도해 봅니다.

새우는 새우 살림망에 넣어두고
집까지 마련했으니
어둠과 함께 찾아올 그님만 기다리면 됩니다

조금 떨어진 옆 조사님의
숨소리도 들릴만한 작은 둠벙에서
떡밥 낚시를 하시는지 쉴새 없이 퐁당거립니다

밤11시가 넘자 주무시러 가셨는지
작은 둠벙에 고요함이 찾아 왔습니다

이제부터는 낚시가 되겠지 했는데
붕어 입질도 오기전에 어제 왔던 그 놈 잠이
찾아와 유혹 합니다.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조금 먼 곳에서
물 첨벙대며 몸푸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 오는데
그 소리의 크기로 보아
5~7치급 붕어들이 몸을 푸는듯 합니다

찌는 올라 갈줄 모르고
눈 꺼플은 자꾸 내려 가기만 합니다

그렇게 찌한번 올라가지 않고  
초저녁에 던져둔 그대로 낚싯대 한번 못 만져보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부들도 줄풀도 새싹을 피우는 4월상순
정말 붕어가 없나 싶어 지렁이를 구해 달아보니
찌가 춤을 춥니다.
고기는 있나 봅니다 사이즈를 몰라서 그렇지

봄은 숨죽여 기다린 겨울을 떠나 보내고
여름을 맞이 하기위한 전환기!!

만물이 생동 하는 봄 입니다

오전 11시 30분 철수를 시작합니다

누군가 뒷쪽을 깍아내고 그 흙을 자루에 넣어 
비교적 평평한 집터를마련해 두었더군요
고생 하신 조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편하게 !

사진의 짐들은 뒷주자의 살림입니다
뒤에서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물려받는 님이 계십니다
두번이나 꽝친자리를 무애그리 좋아서

눈만 쌓여 있던 소나무 아래도 잔풀이 돋아 나는 걸 보면
내 조황에도 봄이 오련만
살림망을 펼칠 기회도 생기지 않으니
무슨조화인지

같은 둠벙에서 밤을 지새웠다는 동질감 하나로
친숙 해진 듯 한 건너편 조사님도
움직이기 시작 합니다
살림망도 담겨 있으니
살림망 구경이라도 하고 가야지요

조심스레 살림망부터 열어 보니
화려 합니다
가물치2마리 붕어2마리 참게 한마리
언제 어떻게 잡으셨는지

현지 조사님으로 이곳 상황은 잘 알고 계셨으며
가끔은 월척이 나오지만
늘 와서 해보면 7치가 주종이라고 합니다
다른곳에 비하여 조용하니까
시간이 나면 하룻밤 지내고 가신다고 합니다

털이 몹시난 참게도 산란철이라
귀하신 몸 옆으로 걸어 나오셨나 봅니다.
붕어 얼굴이라도 보았으면 기분이 더 좋았겠지만
설령 얼굴못 보아도 하루저녁 물가에서
편히 쉬다가니 온몸은 이곳 저곳 쑤시지만
마음만은 평온해 옴을 느낌니다

물색도 좋고 바람도 그리 심하게 불지 않았으며
한밤에도 추운줄모르고 하룻밤보낸
광천의 이름도 없는 둠벙이 새파랗게 돋아나
봄의 빛으로 주위를 채색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꽝없는 둠벙이라도 알려주실분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