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은 지난 1일 강원 화천군의 ‘산천어축제’를 ‘겨울의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았다. CNN은 “매년 1월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두꺼운 옷을 입고 얼음판으로 몰려든다”며 “추위에도 불구하고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 빙판 구멍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얼음물에 뛰어들어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것은 불가사의”라고 보도했다.
CNN이 꼽은 나머지 불가사의는 캐나다 오로라, 눈에 갇힌 런던, 스웨덴 순록 대이동, 얼음으로 뒤덮인 세인트피터스버그 등 대체로 자연경관 그 자체였다. 사람들이 자연을 활용해 ‘불가사의’를 만든 것은 산천어축제밖에 없었다.
CNN에 앞서 2009년 1월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1만5000명이 동시에 얼음구멍을 응시하는 산천어축제 얼음낚시 장면을 ‘금주의 사진’으로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사진통신사(EPA)·아랍 걸프뉴스(Gulf news) 등 세계 17개 언론사가 26차례에 걸쳐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떠오른 산천어축제가 내년 1월7~29일 열린다. 화천군은 2만여명의 동남아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화천군은 동남아 관광객 3000여명이 이미 숙박 예약을 완료했으며 최근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주요 숙박시설인 아쿠아틱리조트와 열차테마펜션의 경우 동남아 관광객들이 평일 예약을 선점해 내국인의 경우 금·토요일만 숙박이 가능할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이 2~3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지난 10월 화천읍내에 면세점까지 들어섰다. 면세점에서는 토마토를 넣은 감자떡과 블루베리커피, 산천어쌀국수, 단호박 찐빵 등 농특산물과 가공식품 20여개를 판매하고 있다. 강원도내에서 공항 면세점 이외에 면세점이 운영되는 곳은 화천군이 처음이다.
화천군청 주민생활과 김현일 계장(45)은 “2009년부터 중국·대만·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 등 5개국 10개 여행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산천어축제와 연계한 관광상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평생 눈과 얼음을 구경하기 어려운 동남아 관광객 방문이 매년 급증하고 있어 화천군민들은 면세점 판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얼음낚시터에서 잡은 산천어를 들어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산천어축제는 2003년 시작됐다. 화천군은 동절기가 긴 지리적 특성을 이용, 산천어 얼음낚시와 눈·얼음썰매, 봅슬레이, 얼음기차 등 각종 겨울 레포츠를 접목한 축제를 열었고, 22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이후 2005년 87만명, 2006년 107만명, 2007년 125만명의 관광객을 유치, ‘일본 삿포로 눈꽃축제’ ‘중국 하얼빈 빙등제’와 함께 아시아의 3대 겨울축제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엔 130만명을 유치, 533억원대의 경제효과를 거뒀다. 인구 2만4000여명의 소규모 지자체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성과다.
축제 기간 얼음낚시터 등에 방류되는 산천어는 80t에 달한다. 산천어 4~5마리 무게가 1㎏이므로 36만마리에 해당한다.
민관이 협력해 철저한 분업체제를 갖춘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축제조직위 성격의 ‘(재)나라’에서 관광객들을 불러모을 특색 있는 축제 프로그램을 맡는다.
화천군은 해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화천군은 또 주민들과 함께 선등거리 조성 등 행사장 주변 꾸미기를 담당하고 있다. 실제 주민들은 지난달부터 읍내 ‘산천어 공방’에 모여 산천어 모양의 등을 만들었다. 화천군은 오는 10일 화천읍 곳곳에 2만4000개의 산천어 등을 설치하고 점등식을 개최한다.
(재)나라 오세빈 기획홍보팀장(34)은 “지난 1월에는 구제역 때문에 행사가 취소됐다. 따라서 내년 1월 열리는 산천어축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특별하다”며 “해외 언론보도까지 잇따르고 있어 이번 산천어축제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이 한데 어울려 겨울철 축제의 묘미를 마음껏 즐기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