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더울 때면 남들은 더위를 어찌 이겨내나 궁금해 하던 차

정약용 선생의 소서팔사를 알게 되었는데

茶山 선생이 63세이던 여름에

더위가 심하자 더위를 극복할 풍류스러운 消暑八事 라는 시를 지었습니다.

이 꼬장꼬장 하고 빈틈없던 실학주의자의 풍류를 감상해봅니다.

茶山선생의 消暑八事(소서팔사)

①松壇弧矢 ( 송단호시 ) -솔밭에서 활 쏘기
②槐陰鞦遷 ( 괴음추천 )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타기
③虛閣投壺 ( 허각투호 ) -넓은 전각에서 투호하기
④淸簟奕棋 ( 청점혁기 ) -대자리 깔고 바둑두기
⑤西池賞荷 ( 서지상하 )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⑥東林聽蟬 ( 동림청선 ) -숲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⑦雨日射韻 ( 우일사운 )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⑧月夜濯足 ( 월야탁족 ) -달밤에 탁족하기
 

하지만 이것은 이상이 높은 선현들의 방법이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나는

도회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아니 붕어가 뛰어노는 저수지가 그리워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7월23일 금요일 오후 모처럼 햇살이 밝게 빛난다.

어디가 목적지가 되던지 떠나야 한다.

그것이 내 욕망 이라면 말이다!

익산 왕궁저수지옆 사은가든에서

출장온 아스카님을 기다리며

                                                    <음식사진은 참고삼아 퍼온글 입니다>

밥상위로 붕어를 낚아 올리고 있다.

나는 붕어는 먹지 못한다 그래서 메기 매운탕 으로 한끼를 채웠다

※농번기입니다... 출조 시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왕궁저수지 인근 소류지로 낚시를 떠납니다.

온통 잡목으로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 듯한 작은 저수지

마름과 뗏장이 듬성듬성 잘 어우러진 이름도 모르는 곳에서

우리 하룻밤을 보내기로 합니다.

무넘이에 앉은 먼저 오신 조사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자리를 정해야 하겠습니다.

아직 자리도 정하지 못했는데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집니다.

모기는 파라솔 밑으로 비를 피해 들어오고

찌는 꼼지락 거리는데

파라솔 바깥까지 내민 손목을 무는 모기가 어찌나 얄밉던지

그래도 한 마리 8치급 한수 획득

한낮의 찜찜하던 더위는 없고 시원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파라솔 밖으로 나간

발목과 발에는 비가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시원 했습니다

아스카님 밤새 안녕 하십니까?

두 명이 하룻밤 낚시에 8치,7치,7치급 3수면 준수합니다.

아침을 해결 하고 저녁에 못잔 잠마저 한숨더 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낮에는 찌가 움직이지 않는군요

찌가 던져진 그대로 빗방울만 뚝 뚝!

토요일 오전 서울을 출발한 후배

이 먼곳까지 얼굴보러 온다고 합니다.

점말 반가운 만남입니다.

세 시간여의 작업 끝에

잡목 사이에 자리를 만들고 둥지를 틀었습니다.

거의 맨땅에 설치한 것 보다 더 예쁘고 가지런하게

대편성 까지 끝냈습니다,

참으로 그 열정 탄복 했습니다,

멀리 원정 나온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지만 맞을만한 정도의 비가 내려 주어 다행 입니다.

한쪽 구석에서 여전히 하루를 더 보내시겠다고

(이유는 빗속에서 이사 다니기 싫어서) 꼼짝 안하시는 아스카님

요기는 제자리 입니다

살림들 비 안 맞도록 우산 아래 잘 숨겨 두었답니다.

그 옆으로는 후배의 카페 회원이 자리 합니다

후배의 자리 입니다.

"정사모"라는 까페를 운영하는 친구라 그런지

대편성이나 자리정돈 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이렇게 익산 왕궁지 바로위쪽 소류지를 점령하였습니다.

무지개가 떳습니다.

이제 비를 그만 내리겠다는 약속으로 보여준다는 무지개

아주 선명하지는 않아도 기다란 무지개를 보았다는 게

즐겁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자연과 함께 할때 얻을 수 있는 보너스라고 생각되어 말입니다.

까만 하늘에 반딧불처럼

저수지에 내려앉은 케미불들이 소류지를 밝히는 밤

이름 모를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소리와

멀리서 작게 들리는 첨벙대는 소리

누군가 한 마리 건저 내나 보다 추측만 해봅니다.

어제 보다는 시원해진 밤공기

늘어난 사람숫자만큼 줄어든 입질 빈도수
 

아침이 되었습니다,

철수를 하면서 흘린 땀을 닦느라 과한 노출을 하였네요.

결과물 입니다.

우습겠지만 이틀 동안 4명이 함께 잡은 것 입니다.

계측자위에 올리지 않고 이렇게 찍어두니

나름 효과도 있습니다.

누가 잡은 것인지 표시가 나지 않으니 말 입니다.

먼 원정에 함께한 동지애를 느끼며 한컷

여름이니 부담 갖지 마시고 너그럽게 봐 주시기를

여름날의 구름치곤 참 맑고 밝은 구름이 소류지위를 지나갑니다

덥다고 부채질만 하거나

땀난다고 짜증내지마시고 즐거운 상상을 하세요!

누가 압니까 !

하룻밤 조과가 이만큼 나올지

무더운 여름 건강 유의 하시고 잘지내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