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보내고 9월23일 추분이다.
아스카님의 전화 속으로 내민 손길을 잡았더니
이내 경북 예천으로 끌어당긴다.

늦은 저녁 도착해 추위 속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여기는 예천 지보면의 작은 저수지 구촌지다.

큰 덩치에 오들오들 떨면서 보낸 하룻밤의 피곤을 마다 않고
질척한 땅위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아스카님

상류 논 아래쪽으로 뗏장 수초를 끼고 앉아
노오란 옥수수 알을 수백 개를 헤아릴 만큼
많은 시간 입질을 기다려 보지만 찌 오름은 없었다고

밤새워 깔깔한 눈동자를 감고 쉬라며 유혹하는
햇살이 저수지에 내리고

행여 벼 이삭 이라도 상하게 할까 조바심 내며
지낸 하룻밤인데 춥기는 왜 그리도 춥던지

올봄에 덩어리 많이 나왔다고 해서
기를 쓰고 달려온 먼 여정이었는데
그래서 작은 개울도 한발로 건너 찌를 세우고
찌 불 오름을 기다렸지만 간밤에는 아무도
붕어를 만난사람이 없었다.

 "낚시는 오랜 기다림을 통한 내적 치유의 스포츠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내면의 깊숙한 곳에 욕망이 숨어 있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집중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탐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스포츠가 바로 낚시다.

  세상사는 이치와 인간의 마음에 대한 탐구도 동반돼 기쁨을 더한다.
                                                                                        
                                                                                     -낚시칼럼 인용-

이런 구절들을 스스로 위로하듯 읊조려 보지만

텅 빈 하늘처럼 공허해져 오는 까닭은 무었일까?

일산에서 지원군이 왔다.
명절 뒤끝 낚시에 굶으면 안 된다며
경북 도전팀을 응원 한다.

삼겹살에 소주 그리고 통마늘
뭐 이정도면 요기가 아니라 행복이다.
물가에서 먹는 소주는 도심에서 먹는 소주 보다 맛있다? !

지역꾼들도 저수지로 나들이 나온 시간

온 들녘에는 알알이 익어가는 곡식들이 가을의 풍요를
또 쏟아지는 햇살은 과일에 단맛을

소화시키려 제방 산책도 해보며 웅비어인 클럽회원들과
하룻밤을 이곳에서 더 보내려면 한잠 더 자 두어야 한다.

벼를 보면 문득 스치는 문구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럼 나는 내 인생에 대해 성찰하고 타인 앞에서 겸손한가!

오늘 합류한 회원들은 대를 펴고
어제 추위 속에서 떨던 동행들은 모두 차안에서
무거운 눈꺼풀을 닫고 있다.

혹시 이거 아세요.
잠이 안 오더라도 꼭 쉬어야 할 때는
두 눈을 감고 수면 안대 등으로 눈을 가리고
누워만 있어도 뇌가 쉬기 때문에 휴식 효과가 있다는 것

아스카님의 고향이라는 예천 땅에
두 번째 도전 2일째로 접어듭니다.

외래어종이 있어 걸리면 대물이라는 유혹에
하룻밤을 보내고 또다시 밤을 기다리지만
밤은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물러가고
날짜만 바뀌었습니다.

낚시꾼의 욕심이란
붕어 한 마리 잡아보려고 하는 것인데

물속 현실이 꼭 우리네 현실 같아서
애들은 없고 노인만 많으면
노인들이 없어지면 그 땅엔 누가남아 있는가!

그래서 외래어종을 퇴치해야 합니다.
어린 붕어들이 자라야 큰 붕어 낚을 수 있는 기회가 커집니다.

이번 여정에는 두툼한 옷 꺼내 입고  반 수중전 치른
아스카님의 열정적인 모습과

먼 곳도 마다 않고 달려와 준 착한엉아 와 무적님께 감사 드립니다.
조행기를 쓰면서 안 내용이지만
 
구촌지는 수면적 3천평 규모의 준계곡형 소류지로
상류에 뗏장 수초가 발달해 있으며 중하류 권에는 말풀과 마름이 고루 분포하는데
금년6월에는 48cm급 붕어까지 나온 알짜배기 대어터로
만수 상태에서는 조황이 떨어지고 갈수기때 호황을 보이는 곳이다.

만수 때는 큰 고기 안나오는 곳이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