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소동이 지나가듯 황사로 뿌옇던 하늘이
모처럼 맑았다.
날씨가 좋으면 왠지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알 수 없는 꾼의 심사

아스카님은 업무관계로 2주차 만날 수가 없다.
알 만한 사람들이 어디 있나
안테나를 높이세우고 두리번 거려본다.

태안, 광천 어라 아무도 없네!
그럼 익산, 부여 찾았네요.
부여에 1개 팀이 낚시중이라고 합니다.

충남 부여군 은산면 소재 소류지에서 모이기로 했다고 합니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저수지 상류 쪽으로 몰려 있군요.

포도나무 아래서 옛날에 한수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늘도 혹여나 하고 자리를 펴고

갈대 안쪽으로 파고들 붕어를 만나기 위해
자리를 만들고 계시고 집을 짓고 모두들 분주히 움직입니다.

입동을 지난 햇살인데 물과 만나 찬란히 부서집니다.
밤이 되면 멀리 깊은 수면에서
겨우살이 준비를 위해 새우사냥 나올 붕어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를 띄게 됩니다.

하지만 붕어는 어느 곳에 숨어 있는지
저수지는 밤새도록 조용했답니다.

멀리서 간간히 들리는 조우들의 코고는 소리가 전부였습니다.

산비둘기 우는 소리와 함께 찾아온 아침에도
찌는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간밤 야참 시간에 한잔씩 일 순배 돌린 공동 아지트 위에도

거짓 말 좀 보태 눈 깜빡도 안하고 지킨 낚시대 위에도
서리는 하얗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왜 낚시를 가는 날마다 때를 못 맞추는지

서리는

춥다가 따스해 질 때에 내리고

따듯함에서 추우려 할 때 허옇게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가을과의 작별을 예고합니다.

이런 서릿발 속에서도 의연히 꽃을 피우는 황국을 보고

미당은 노래했습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

시련이란 생각보다 길지가 않습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니 하얗던 서리의 흔적도
부지불식간에  사그라지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저수지의 아침을 맞이합니다.
이런 아침 한잔의 커피는 모든 시름을 잊게 하는
아편처럼 목을 적십니다.

혹여 있을지 모르는 입질을 보기위해
내자리로 돌아가 기다려 보지만 역시 움직임이 없습니다.
괜스레 조우에게 한마디 던지죠
"이거 저수지에 생명체가 없는거 아니야!" 라고 말입니다.

마름이 살짝 덜 삭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가을이 대물 상면의 시기라고 하는데
그 대물을 언제 만나고 그 후로 소식이 없는지
아마도 7월인가

붕어를 만나지 못했지만
아스카님보다 부지런한 젊은 조우가
수초를 감은 낚싯대를 뽑고 있는 정감 있는
가을 저수지 풍경이 좋기만 한 것은
아직도 내가 낚시꾼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의 끝자락 부여의 한 소류지에서
모조리 꽝치고 지낸 하룻밤
낚시터의 추억에 고이고이 묻어두고

삶의 터전을 향해 귀가 합니다.
얼음 얼기전 까지 한번 아니면 두 번쯤 더 출조 할 수 있을까?
회원님들도 출조시 방한복 잘 챙겨 입고
난로 잘 챙겨서 다녀 오십시요.

꽝 조행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